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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신이라면, 떠날 수 없는 공항에서 어떻게 살아가시겠어요?”

때론 인생이 멈춘 듯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예고 없이,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것이 정지됩니다.
영화 《터미널》은 그런 순간을 정면으로 마주한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고향으로도 돌아갈 수 없고, 미국 땅에도 발을 딛지 못한 채
공항 한복판에 갇혀버린 주인공 '빅터'.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습니다.
그 공간 속에서도 유쾌하게, 따뜻하게,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갑니다.
《터미널》은 멈춘 공간 안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웃음도 피어나며,
무엇보다 인간다운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1.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 새로운 삶
빅터 나보스키는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믿기 어려운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의 조국 ‘크로코지아’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미국 정부가 국적을 인정하지 않게 된 것.
입국도, 귀국도 모두 불가능해진 그는 입국장과 출국장 사이,
즉 '공항 터미널'에 갇히게 됩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돈도 없고, 기댈 사람 하나 없는 그 공간.
하지만 빅터는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와 따뜻한 성품으로 조금씩 적응해 나갑니다.

그는 공항의 쓰레기통에서 병을 수거해 돈을 모으고,
패스트푸드점에서 남는 소스를 활용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습니다.
보안 직원, 청소부, 요리사 등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공항 직원들에게도 믿음을 쌓아갑니다.
공항 안에 자신만의 작은 삶의 공간을 만들어낸 거죠.
2. 그가 공항에 온 진짜 이유
이 영화가 단순히 ‘공항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였다면,
그저 코미디처럼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후반부에 밝혀지는 빅터의 진짜 목적은
관객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듭니다.

그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 왔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수집해 온 재즈 음악가들의 사인을 모두 모으는 것이 소원이었고,
마지막 한 명의 사인을 받기 위해 빅터는 미국에 온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오랜 기다림 끝에
그 마지막 사인을 받으러 뉴욕 시내로 향합니다.
3. 결말 –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찾은 ‘하루’의 의미
미국 국경보안국장은 빅터에게 제안을 합니다.
‘불법 입국자’로 처리해 줄 테니 그냥 나라로 돌아가라는 것.
하지만 빅터는 거절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한 보안직원의 도움으로
빅터는 잠시 공항 밖으로 나가 뉴욕 시내로 향하고,
마지막 사인을 받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
택시에 탄 그는 기사에게 이렇게 말하죠.
“I'm going home.”
빅터에게 ‘집’은 크로코지아가 아니라,
‘약속을 지켰다는 만족감’과 ‘하루를 온전히 살아낸 자신’ 일지 모릅니다.
마무리
《터미널》은 무력감, 고립, 제도적 불합리 속에서도
사람은 얼마나 강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삶이 멈춘 공간 속에서도,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그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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