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한 가장의 인생이, 국가 권력의 그늘 아래서 송두리째 흔들린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영화 〈보통사람〉은 ‘가족을 지키려고 했던 평범한 아버지’가 거대한 공작 속에서 이용되고 파괴되는 모습을 통해, 시대의 폭력과 보통 사람의 무력함을 묵직하게 그린 작품이다.

    1. 평범한 형사 성진, 거대한 사건 속에 들어서다

    영화 〈보통사람〉의 시작은 아주 단순하다.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은 누구보다 열심히 범인을 잡고, 성실하게 가족을 돌보는 평범한 가장이다. 그의 꿈은 그저 아내 라미란, 다리가 불편한 아들과 함께 ‘2층 양옥집에서 안정적으로 살아보는 것’ 정도다. 만약 그에게 비극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는 그저 성실하고 정직한 경찰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수상한 용의자 태성(조달환)을 체포하게 되고, 그가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일 수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면서 인생의 톱니바퀴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그 사건을 계기로 성진은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이 주도하는 거대한 공작의 세계로 서서히 끌려 들어간다. 처음에는 단순한 업무 협조처럼 보였지만, 규남의 목적은 단순한 범죄수사가 아니라 ‘필요한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에 가까웠다. 성진은 자신이 무엇에 관여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 채, 국가라는 이름의 권력 기계 속에 부품처럼 끼워 맞춰진다.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라는 명분은 그를 천천히, 그러나 깊숙이 압박해 들어온다.

    2. 가족을 위한 선택이 덫이 되다


    성진의 주변에는 그의 진짜 가족 같은 존재, 자유일보 기자 재진(김상호)이 있다. 그는 기자로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사건의 비정상적인 점을 감지한다. 그리고 성진에게 조용히 경고한다.
    “이 사건… 뭔가 냄새가 나. 너도 이제 손 떼.”
    하지만 성진은 물러설 수 없었다. 다리가 불편한 아들을 위해 약속된 수술비와 치료 지원. 그것은 돈이 아니라 아버지의 절박함이었고, 그 절박함은 규남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약점’이 되었다.

    성진은 결국 규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조금만 발을 들여놓으면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공작의 세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성진이 작성한 보고서, 그가 참여한 검거, 그가 내비친 판단 하나까지 모두 규남의 계획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어 돌아왔다. 성진은 점점 ‘보통사람’이라는 이름으로 이용되는 가장 비극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진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 배치, 위협, 조작된 기록들을 마주한다. 그가 믿어온 ‘국가’와 ‘정의’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그는 자신이 지키려 했던 가족에게 오히려 위협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족을 위한 선택이 오히려 가족을 파괴하는 칼날이 되어 돌아오는 순간, 성진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3. ‘보통 사람’의 이름으로 묻는 시대의 질문들


    영화 〈보통사람〉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한 시대의 공기와 권력 구조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특히 손현주·라미란·장혁·조달환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이야기의 무게를 더욱 끌어올린다. 성진이 흔들리는 눈빛, 규남이 보여주는 차갑고 권력적인 태도, 태성의 알 수 없는 공포감은 영화 전체를 강하게 잡아끈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지만 가볍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정의는 누구의 것인가?”
    “국가가 필요로 한 ‘보통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부모가, 가장이, 시민이 할 수 있는 선택의 경계는 어디인가?”

    2017년 프랑크푸르트한국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된 이유도 여기 있다. 영화는 흥미로운 서사를 넘어, 역사·사회·권력의 구조를 바라보는 시선을 관객에게 강하게 환기한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시대 배경, 그 속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삶은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래서 〈보통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한국형 시대 스릴러다.

    마지막 한 줄 평


    평범한 사람이 가장 큰 비극을 맞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시대의 잔혹함을 마주하게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