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는 단순한 이민 서사가 아닌, 가족과 정체성, 그리고 삶의 뿌리에 대한 영화다.
정이삭 감독의 섬세한 시선과 스티븐 연, 윤여정, 한예리 배우의 열연은 이 작품을 세계적인 명작 반열에 올려놓았다.

'미나리(Minari)'
1. 낯선 땅에서 시작된 새로운 삶
1980년대 미국 아칸소. 한국에서 이민 온 제이콥(스티븐 연)은 가족과 함께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한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만의 농장을 꾸려 한국 채소를 재배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싶다는 꿈. 그러나 꿈을 좇는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불안정한 생계, 부족한 물,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은 이민자 가족에게 끊임없는 시험이 된다. 그런 제이콥을 바라보는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늘 불안하다. 남편의 고집과 생활의 불확실함 속에서, 두 사람은 자주 갈등한다.
2. 할머니의 방문, 가족의 변화
어느 날, 한국에서 모니카의 어머니 순자(윤여정)가 이곳으로 오게 된다. 낯선 시골집,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데이빗(앨런 김)은 할머니와의 첫 만남부터 당황스럽기만 하다.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 않아”라고 말하는 데이빗. 장난기 많고 솔직한 순자는 기존의 할머니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데이빗은 점차 순자와의 관계를 통해 가족의 따뜻함과 진짜 사랑을 배워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순자는 이 가족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간다.
3. 미나리가 전하는 진짜 메시지
순자가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은 영화의 핵심 상징이다. 물가에 뿌려진 미나리는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난다. 누가 물을 주지 않아도,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꿋꿋이 뿌리를 내린다. 그 모습은 이민자 가족의 삶을 그대로 투영한다. 고되고 불안정한 미국 생활 속에서도, 이 가족은 서로를 붙잡고 버틴다. 결국, 모든 것을 잃은 그 순간에도 미나리는 남아 있었다. 그것은 희망의 뿌리이자, 삶의 생명력이었다.
4. 조용히 스며드는 감동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드라마 없이도, ‘미나리’는 보는 이의 마음을 서서히 적셔간다. 격한 대사보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함께 밥을 먹는 장면, 같이 앉아 웃는 순간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영화 후반, 불이 나고 모든 것을 잃은 후 가족이 함께 다시 미소 지을 수 있는 모습은 진한 울림을 남긴다.
5.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미나리’는 단지 한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 세대가 겪었던 낯선 곳에서의 삶, 그리고 아이들이 배워가는 가족의 의미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정이삭 감독의 섬세한 연출,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미나리’는 보편적인 이야기 속에 특별함을 담은 작품으로 남는다.
감상 후기
‘미나리’를 보고 나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감정이 있다. 화려하지 않아 더 깊게 파고드는 이야기, 어디서든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 그리고 말없이 뿌리를 내리는 미나리처럼 우리도 어딘가에 단단히 서 있으려 노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모든 가족의 이야기이자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