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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무려 6년의 시간 동안 23번의 재판이 이어졌다.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정에 선 사람들은 이름 없는 할머니들이었다. 허스토리는 승패보다 기록을 선택한 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침묵 대신 증언을 택했던 용기와 그 곁을 끝까지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 영화는 과거를 말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1. 1992~1998,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았던 싸움


    영화 허스토리는 숫자로만 봐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6년의 시간, 23번의 재판, 10명의 원고단, 13명의 변호인. 이 영화는 그 숫자 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하나씩 꺼내 보여준다.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이어진 재판은 단순한 법적 분쟁이 아니었다.

    존재를 부정당한 채 살아야 했던 할머니들이 “나는 거기에 있었다”라고 말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법정에서의 증언은 과거를 다시 꺼내는 고통의 반복이었지만, 영화는 그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차분히 따라간다. 그 차분함이 오히려 관객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2. 침묵 대신 증언을 선택한 이름 없는 용기


    허스토리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할머니들을 연약한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두려움을 안고서도 스스로 법정에 서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일본어로 질문을 듣고, 일본 법정에서 일본 판사 앞에 서서 자신의 과거를 말해야 했던 순간들.

    영화는 그 장면들을 통해 증언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를 보여준다. 이들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기억이 아니라, 기록되지 않았던 역사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행위였다. 허스토리는 말한다. 기억하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된다고.

    3.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싸움, 변호인과 조력자들


    이 영화의 또 다른 중심에는 할머니들과 함께 싸운 사람들이 있다. 김희애가 연기한 변호사 정숙은 처음부터 거창한 사명감을 가진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사건을 파고들수록 그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임을 깨닫는다.

    13명의 변호인단은 이 재판이 승산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은 법률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증언을 지켜주는 증인이 된다. 허스토리는 영웅 한 명이 아닌, 연대의 힘으로 완성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싸움은 더욱 현실적이고,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다.

    4. 판결보다 중요한 것, 기록되었다는 사실

    영화는 재판의 결과를 과도하게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이 이야기가 법정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졌다는 사실”에 의미를 둔다. 패소하더라도, 그 과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판결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증언이고, 기록이며, 기억이다.

    허스토리는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불편해서 외면해왔던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단순한 감동 실화가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문제의식을 가진 작품으로 남는 이유다.

    5.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영화


    허스토리는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음악도, 연출도 절제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뒤 남는 여운은 결코 가볍지 않다. 관객은 극장을 나서며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이분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은 적이 있었나.” 이 영화는 보고 잊히는 작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요해지는 영화다. 그래서 지금 다시 봐도, 앞으로 다시 보게 되어도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

    한 줄 느낀점

    허스토리는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침묵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로 완성된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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