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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륙의 거친 자연 속에서 홀로 남겨진 남자.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제목처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생존 의지와 복수의 집념을 압도적으로 담아낸 작품이 바로 영화 <레버넌트>다. 이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인간과 자연, 생존과 존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극한의 연기라 불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크린은 모든 답을 보여준다.

1. 디카프리오가 완성한 극한의 생존 드라마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실제 인물인 사냥꾼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19세기 북미 대륙, 서부 개척 시대의 초입에서 사냥꾼들은 혹독한 황야를 배경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예기치 못한 회색곰의 습격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곰에게 공격당해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간 그의 모습은 영화적 과장을 넘어 실제 생존 투쟁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사실감을 준다.

특히 이 장면은 CG가 아닌 실제 곰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연출과 디카프리오의 체감 연기가 합쳐져 관객을 완전히 압도한다. 그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의 상처를 입고도 숨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동료들에게 버림받는다. 더 끔찍한 것은 그의 아들 호크가 비정한 동료 존 피츠 제럴드(톰 하디)에 의해 목숨을 잃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과도한 폭력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감정을 강하게 건드리는 연출로 설계되어 있어, 휴의 복수가 단순한 분노가 아닌 존재의 의미 회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후 휴는 움직일 수도 없는 몸으로 땅을 기어가고, 강물을 떠다니며, 동물의 사체를 이용해 체온을 유지하는 등 모든 생존 기술을 동원한다. 혹독한 자연은 그의 적이면서도 동시에 삶을 붙잡아주는 존재로 자리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광활한 설원, 차가운 공기, 숨조차 얼어붙을 것 같은 고립감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체험을 준다.
2. 자연이 만든 또 하나의 주인공, 압도적인 영상미
영화 <레버넌트>에서 가장 강렬한 요소 중 하나는 자연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처럼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캐나다와 아르헨티나의 혹한 지역에서 자연광만을 사용해 촬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CG보다 현실을 선택했고, 그 결과 화면 가득 펼쳐지는 눈 덮인 숲과 얼어붙은 강은 설명이 필요 없는 생존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자연은 무자비하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황량한 설원, 갑작스러운 눈보라,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침엽수림은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다시금 일깨운다. 특히 루베즈키의 롱테이크 촬영은 관객을 휴 글래스의 시점으로 끌어들여 마치 우리가 함께 추위 속을 걷고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멋진 자연 풍경”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절망적인 자연 환경은 휴에게 고통을 주면서도, 동시에 그가 다시 살아 움직일 힘을 주는 역설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불구가 된 몸으로 눈 속을 기어가는 장면, 강물에서 떠내려오며 간신히 숨을 붙이는 장면은 자연을 적대적 존재이자 생존의 근원으로 동시에 표현하는 탁월한 연출이다.

또한 영화는 휴가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본성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강조한다. 그는 복수를 위해 움직이지만, 단순한 복수의 화신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어떤 존엄을 위해 몸부림친다. 이 점에서 <레버넌트>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철학적 깊이로 확장시키며, 관객에게도 삶과 생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3. 휴 글래스와 존 피츠 제럴드, 두 남자가 보여준 ‘생존’의 다른 이름
이 영화의 긴장감은 휴 글래스와 존 피츠 제럴드라는 두 캐릭터의 대비에서 극대화된다. 휴가 인간성의 마지막 불씨를 지키며 생존한다면, 피츠 제럴드는 생존을 이유로 약자를 버리고, 동료를 속이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는 자연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탐욕’을 상징한다.

톰 하디는 피츠 제럴드를 매우 현실적인 인물로 연기했다. 그가 악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생존의 압박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한다. 이 때문에 그의 행동은 이해되면서도 용납하기 어렵고, 결국 두 사람의 대립은 단순한 신체적 충돌이 아닌 가치관의 충돌로 확장된다.

휴는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뒤 복수를 결심하지만, 영화는 그 복수가 피상적인 분노에 그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다룬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동물의 살을 뜯어먹기도 하고, 얼어붙은 땅을 기어가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내적 싸움을 이어간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생존’은 단순히 숨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인간으로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복수와 생존이라는 두 축이 서로 충돌하고, 그 충돌 속에서 인간의 존엄이라는 마지막 요소가 남는다. 이런 깊이 덕분에 <레버넌트>는 단순한 액션·서바이벌 영화가 아닌 아름답고도 잔혹한 인간 드라마로 완성된다.


마지막 한 줄 평
자연과 인간의 극한을 보여주며, 생존의 의미를 다시 묻는 압도적인 영화. 레버넌트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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