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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는 타이밍이다.”
    단 39.62초 안에 상대방의 분노를 잠재우는 남자, 구로시마.
    영화 사죄의 왕은 ‘사과를 직업으로 삼은 남자’라는 기발한 설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권력, 이미지, 그리고 진정성에 대해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코미디 영화다. 일본식 풍자의 정수가 살아 있는 이 작품은 웃다가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1. 사과가 직업이 되는 순간, 도쿄 사죄센터의 탄생


    주인공 구로시마는 ‘도쿄 사죄센터’의 소장으로, 기업 스캔들부터 외교 문제까지 대신 사과해주는 전문가다.
    그의 원칙은 단 하나, “39.62초 경과 전에 사과할 것.” 이 황당하지만 치밀한 규칙은 영화 전반에 걸쳐 반복되며 강력한 웃음 포인트로 작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과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전략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상대의 성향, 사회적 지위, 분노의 단계까지 분석해 맞춤형 사과를 설계하는 과정은 마치 협상 영화나 작전 영화처럼 전개된다. 이 설정 덕분에 사죄의 왕은 단순 코미디를 넘어 사회 풍자 영화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한다.

    2. 웃음 뒤에 숨은 날카로운 메시지, ‘진짜 사과란 무엇인가’


    영화가 진짜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사과가 반복될수록 그 의미가 점점 공허해진다는 사실을 관객이 깨닫는 순간이다.
    구로시마의 프로젝트 성공률은 100%에 가깝지만, 그가 해결하는 문제들은 과연 ‘해결된 것’일까?
    권력자들의 형식적인 사과, 책임을 피하기 위한 연출된 고개 숙임은 현실 사회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영화는 웃음을 빌려 말한다.

    “우리는 사과를 너무 쉽게 소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특히 구제불능 톱스타, 정치인, 외무부 장관까지 등장하는 다양한 의뢰인들은 현대 사회에서 ‘사과’가 얼마나 도구적으로 사용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사죄의 왕은 가볍게 웃고 넘길 영화가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코미디로 한 단계 올라선다.

    3. 일본 코미디의 진수, 아베 사다오의 압도적인 연기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아베 사다오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과장과 절제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연기는 캐릭터를 만화적으로 만들면서도, 어느 순간 인간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구로시마는 결코 완벽한 인물이 아니다. 사과를 너무 잘하는 탓에 오히려 진심을 잃어버린 인물이며,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그 균열이 드러난다. 이 미묘한 감정선을 아베 사다오는 과하지 않게, 하지만 분명하게 표현해낸다. 덕분에 관객은 웃으면서도 그의 선택을 끝까지 지켜보게 된다.

    한 줄 평


    웃음으로 포장했지만, 사과의 본질을 정면으로 찌르는 똑똑한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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