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이라는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삶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복수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영화 널 기다리며는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은 한 소녀가 오직 그날만을 붙잡고 살아온 15년의 시간을 따라가는 추적 스릴러다.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단 7일간의 추적은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기다림이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1. 멈춰버린 시간, 복수로 고정된 삶주인공 ‘희주’의 삶은 15년 전 사건 이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아버지가 살해당하던 그날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선명해진다. 영화는 희주의 과거를 과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현재의 모습 속에 과거의 상처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희주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그녀의 선택과..
하늘을 나는 섬, 잊혀진 문명, 그리고 두 아이의 순수한 용기.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는 단순한 모험 애니메이션을 넘어, 인간의 욕망과 자연, 기술의 균형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특유의 상상력과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1. 순수한 만남에서 시작되는 거대한 모험광산촌에서 견습 기계공으로 살아가는 소년 ‘파즈’와 정체를 숨긴 채 도망치듯 살아온 소녀 ‘시타’의 만남은 영화의 모든 이야기를 여는 출발점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시타를 파즈가 구해내는 장면은 이 작품의 상징적인 순간으로, 우연처럼 보이지만 운명처럼 이어지는 두 인물의 연결을 강하게 인상짓는다.두 아이는 서로를 의심하기보다 믿고, 계산보다 행동으로 움..
도시를 떠나 장산으로 이사 온 희연은 숲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를 발견한다. 겁에 질린 채 숨어 있던 아이는 말을 거의 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족의 목소리를 흉내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소녀가 집에 들어온 뒤,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사라진다. 영화 장산범은 “믿고 따라간 목소리”가 얼마나 치명적인 공포가 될 수 있는지를 파고드는 한국형 미스터리 스릴러다.1. 장산이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불안장산범은 도심에서 벗어난 산속 마을이라는 공간적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사 온 집 주변은 조용하지만, 그 고요함 자체가 불안을 키운다. 영화는 숲과 집, 그리고 어둠이 깔린 길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서서히 조여 온다.특히 장산이라는 장소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무언가가 숨어 있을 것 같은 ..
READY! 알아주는 사람은 없어도 마음껏 꿈꿀 수 있었던 단역의 시간.ACTION! 주연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단숨에 조연 자리를 꿰찬 신인.CUT! 단 한 편의 영화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정상에 오른 배우,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인생.영화 배우는 배우다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가려진 ‘배우 탄생’의 충격적인 이면을 거침없이 파헤친다.1. 단역의 꿈, 무시당해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영화는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않는 단역 배우 ‘성민’의 현실에서 출발한다. 오디션 현장에서 반복되는 무시와 냉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하루하루. 그러나 그에게 연기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존재 이유다. 배우는 배우다는 이 단계를 길게 보여주며, 성공 이전의 시간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1937년, 전쟁은 총과 포탄만으로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다. 기록을 지우고, 침묵을 강요하며 존재 자체를 없애려 했다. 영화 난징사진관은 그 잔혹한 시대 속에서 사진이라는 기록으로 진실을 남기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 영화는 거대한 전쟁 서사가 아니라, 한 공간에 모인 평범한 이들이 지켜낸 증거의 의미를 조용하지만 깊게 전한다.1. 전쟁 속에서 시작된 위험한 선택젊은 우편 배달부 ‘아창’은 살아남기 위해 일본군 종군 기자 이토 히데오의 요청을 받아 난징의 한 사진관에서 인화 작업을 하게 된다. 처음엔 단순한 생계 수단이었지만, 현상액 속에서 드러나는 사진들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사진 속에는 일본군의 잔혹한 만행과, 그 앞에서 숨죽인 채 살아남아야 했던 민간인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무려 6년의 시간 동안 23번의 재판이 이어졌다.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정에 선 사람들은 이름 없는 할머니들이었다. 허스토리는 승패보다 기록을 선택한 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침묵 대신 증언을 택했던 용기와 그 곁을 끝까지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 영화는 과거를 말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1. 1992~1998,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았던 싸움영화 허스토리는 숫자로만 봐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6년의 시간, 23번의 재판, 10명의 원고단, 13명의 변호인. 이 영화는 그 숫자 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하나씩 꺼내 보여준다.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이어진 재판은 단순한 법적 분쟁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