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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두려움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인간은 무엇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엑소시스트 4 – 비기닝>은 공포 영화의 고전인 ‘엑소시스트’ 시리즈의 프리퀄로, 한 신부가 과거의 상처와 신앙의 붕괴 속에서 다시금 악의 근원과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공포 그 자체보다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접근이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1. 사라진 믿음을 마주하는 신부의 여정
전쟁이 끝난 뒤, 랭카스터 메린 신부(스텔란 스카스가드)는 죄 없는 사람들이 희생되는 장면을 보고 깊은 상처를 받습니다. 그는 자신이 신앙으로 지켜왔던 모든 가치가 흔들리는 경험 이후, 결국 성직자의 삶을 내려놓습니다. 인간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고통 앞에서 신이 침묵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죠.
그런 그가 한 골동품 상인의 제안을 받고 케냐 투르카나 지역 발굴 조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설정은 ‘엑소시스트4 비기닝’이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어, 한 인간의 붕괴와 재탄생을 보여주는 여정임을 암시합니다.

발굴팀이 발견한 것은 놀랍게도 동로마 제국 시대의 교회가 완벽한 형태로 땅속에 보존되어 있는 구조물이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미스터리이며, 이 교회가 왜 묻혀 있었는지,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갑니다.
이 초반부는 잔혹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불길함과 신비로움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공포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안전하게 유지합니다.

2. 교회에 숨겨진 진실과 서서히 드러나는 ‘악의 기원’
고대 교회 내부에는 단순한 유물 이상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고, 교회가 묻힌 이유 또한 점차 드러납니다.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발굴팀 또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사로잡힙니다.
영화는 이러한 변화를 굳이 과한 자극 없이도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서늘함으로 충분히 표현합니다.

특히 메린 신부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신앙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둘러싼 불길한 사건들을 바라보며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악의 존재’를 직시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공포의 본질을 시각적 충격보다 심리적 긴장감과 상징성으로 전달합니다.
또한 발굴 현장에 파견된 영국군과 원주민들 사이에 생기는 갈등은 단순한 공포 요소가 아닌, 인간 사회 안에 이미 존재하는 폭력성과 불평등 구조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며 작품의 깊이를 더합니다.

3. 메린과 악의 대면,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신앙의 의미
영화 후반부는 메린이 결국 악의 근원을 마주하는 과정에 집중됩니다. 이는 ‘사탄과의 싸움’이라기보다, 트라우마와 죄책감, 신앙의 붕괴를 이겨내기 위한 인간의 내면적 싸움에 더 가깝습니다.
그가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고 다시 신부의 마음을 되찾는 장면들은 공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이 작품은 "왜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받는가", "악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철학적 공포영화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또한 원작 ‘엑소시스트’에서 왜 메린 신부가 악령과 싸우는 운명을 갖게 되었는지, 그 철학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직접적인 잔혹성 없이도 분위기와 의미만으로 충분히 긴장감을 형성하는 안전한 연출이 특징이라, 공포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비교적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한 줄 평
두려움의 근원보다 그 두려움과 맞서는 용기를 이야기하는, 깊이 있는 공포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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