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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덩이 같은 가방을 메고 하루 종일 전국을 떠돌아다니는 보따리 강사.
불안정한 수입과 고된 이동 속에서도 동료 강사의 부당해고에 분노하며, 자신의 생계는 뒤로한 채 투쟁의 현장에 서는 사람.
그리고 혼인신고조차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동성 연인과 7년째 사랑을 이어오고 있는 딸.
영화 〈딸에 대하여〉는 이 딸이 어느 날, 연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딸은 세상의 부조리를 이해할 수 없고,
부모는 그런 딸이 세상에 부적합하다고 느낀다.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이.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얼마나 쉽게 서로를 오해해왔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파고든다.

이 영화 속 ‘딸’은 특별하지 않다
〈딸에 대하여〉의 딸은 흔히 영화에서 보던 극적인 인물이 아니다.
비극적인 사건의 중심에 서지도 않고, 거대한 성공이나 몰락을 경험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주 현실적인 청년일 뿐이다.

불안정한 노동 환경, 언제 끊길지 모르는 일자리,
그리고 옳다고 믿는 일 앞에서 타협하지 못하는 성향.
현실을 잘 알면서도, 그렇다고 신념을 버리지도 못하는 딸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그래서 이 영화는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딸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또렷하게 다가온다.
딸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는 악인이 아니다
이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는
부모를 쉽게 ‘가해자’로 만들지 않는 데 있다.
부모는 딸을 사랑한다.
다만 자신이 살아온 방식, 자신이 믿어온 질서 안에서
딸을 이해하려 할 뿐이다.

안정적인 직업, 결혼이라는 제도,
사회가 정해 놓은 ‘정상적인 삶’의 경로.
부모에게 그것은 억압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모의 말과 행동은
차별이나 혐오라기보다는
두려움과 혼란에 가깝게 느껴진다.
영화는 이 미묘한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누구도 완전히 틀리지 않았기에, 갈등은 더 깊어진다.
이 영화가 진짜로 묻는 질문
〈딸에 대하여〉는
동성애 영화도, 세대 갈등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가 진짜로 묻는 질문은 이것이다.
“사랑과 신념이 제도와 충돌할 때,
우리는 가족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도
같은 식탁에 앉을 수 있을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을지.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외면해왔던 질문을
조용히 우리 앞에 내려놓는다.
그래서 관람 후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영화
〈딸에 대하여〉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억지로 감동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우리 사회가 애써 덮어두었던 감정과 질문을
차분하게 드러낸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해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그리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일은
과연 누구의 몫인지.
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추천 한마디
가족이라는 이름이 때로는 가장 큰 벽이 되는 순간,
〈딸에 대하여〉는 그 벽 앞에 서서
도망치지 말고 바라보라고 말하는 영화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딸과 부모에게
천천히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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