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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으로 이어지는 하루, 영화 생일

    2014년 4월 이후, 세상은 계속 흘러가지만 어떤 사람들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 있다. 영화 〈생일〉은 거대한 사건을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지를 조용히 따라간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를 잃은 부모 정일과 순남, 그리고 그 곁에 남은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 이 영화는 슬픔을 설명하지 않고, 그저 보여준다.

    1️⃣ 수호가 없는 생일, 다시 모인 사람들

    매년 돌아오는 아들의 생일은 정일과 순남에게 축하가 아닌 또 다른 시련의 날이다.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은 공허하고, 그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은 그날 하루만큼은 다시 모이기로 한다. 함께 밥을 먹고, 수호와 관련된 물건과 기억을 나누며, 각자가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생일〉은 ‘기억하는 행위’ 자체가 애도이며, 살아가는 방식임을 말한다. 이 영화에서 생일은 축제가 아니라, 서로를 붙잡아주는 약속 같은 날이다.

    2️⃣ 절제된 연기가 만들어낸 진짜 슬픔


    전도연과 설경구는 이 영화에서 울음을 앞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말이 줄어들고, 시선이 엇갈리는 순간들이 많다. 밥상을 차리다 멈추는 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는 장면 속에서 감정은 충분히 전달된다.

    특히 전도연의 연기는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버티는 얼굴’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설경구 역시 무너질 듯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 절제 덕분에 관객은 감정을 강요받지 않고, 각자의 기억과 감정으로 영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3️⃣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


    생일〉은 사건의 비극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그 이후의 시간을 바라본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위로도 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잊지 않지만, 살아간다’는 선택지를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슬픔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삶 속에 남겨두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스며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쉽게 자리를 뜰 수 없는 이유다.

    4️⃣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


    생일〉은 특정 인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가 뉴스에서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을 대신한다. 가족, 친구, 이웃으로 남아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영화는 ‘기억하는 사람들’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 모이는 하루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다시 언급되고, 추천되는 영화로 남는다.

    한 줄 느낀 점

    기억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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