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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1년 만에 다시 모인 세 형제는 인도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는 상실과 불화, 그리고 회복을 다룬 로드무비이자 웨스 앤더슨 특유의 미장센이 살아 있는 감성 영화다. 웃음과 허무, 그리고 묘한 따뜻함이 공존하는 이 여정은 단순한 여행 영화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관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1. 상실 이후에야 시작된 형제들의 여행


    맏형 프랜시스는 아버지의 장례 이후 흩어진 형제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목적지는 인도. 그는 이번 여행을 통해 서먹해진 형제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행의 출발부터 상황은 매끄럽지 않다. 붕대를 감은 프랜시스는 통제에 집착하고, 둘째 피터는 임신한 아내를 두고도 이혼을 계획하며 현실을 회피한다. 막내 잭은 이미 끝난 연인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며 감정의 출구를 찾지 못한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형제들이 서로를 위로하기보다 각자의 불안과 결핍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이다. 웨스 앤더슨은 이들의 대화를 통해 가족 안에서도 얼마나 깊은 오해와 거리감이 쌓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도라는 낯선 공간은 이들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장치로 작용하며, 여행은 점점 ‘치유’보다는 ‘혼란’에 가까워진다.

    그러나 바로 그 혼란 속에서 영화는 말한다. 상실을 겪은 사람은 정돈된 위로보다, 함께 흔들리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형제들의 불완전한 모습은 오히려 현실적이며, 관객은 이들의 어긋난 대화 속에서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게 된다.

    2. ‘다즐링 주식회사’라는 기차가 가진 의미

    영화 제목인 ‘다즐링 주식회사(The Darjeeling Limited)’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이는 실제 인도 철도청 IRCTC(Indian Railway Catering and Tourism Corporation)의 전세 열차명에서 차용된 설정이다. 인도 철도청은 전 세계 철도청 중 드물게 흑자를 내는 기관으로, 관광 특화 열차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왔다.

    마하 파리니르반 성지 열차를 시작으로, 다즐링·시킴·우티 등 고산 지역을 달리는 증기열차, 사막 투어, 궁전 여행, 힌두 성지 순례, 남인도 여행까지 70여 개에 달하는 전세 열차 프로그램은 인도 철도의 상징과도 같다. 영화 속 ‘다즐링 주식회사’는 이러한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며, 여행과 순례, 그리고 자기 성찰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 기차는 계속해서 길을 잃는다. 선로가 있음에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는 이 설정은 명백한 은유다. 인생의 방향을 잃은 세 형제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장치인 셈이다. 기차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이들은 아직 도착해야 할 감정의 목적지를 알지 못한다.

    3. 웨스 앤더슨식 유머와 감정의 균형


    다즐링 주식회사〉는 웨스 앤더슨 특유의 색감, 대칭 구도, 건조한 유머가 극대화된 작품이다. 인도의 화려한 색채와 정교하게 배치된 소품들은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의외로 쓸쓸하다. 웃기지만 웃고 나면 공허함이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형제들은 여행 중 여러 사건을 겪으며 갈등하고, 결국 폭발한다. 서로에게 쌓아온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터져 나오고, 그제야 이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진짜로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 과장된 연출을 배제하고, 오히려 담담한 대사와 침묵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특히 인도 소년의 죽음을 경험하는 장면은 영화의 분위기를 단숨에 바꾼다. 이 사건은 형제들에게 자신들의 슬픔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 순간 이후, 이들은 처음으로 서로를 ‘형제’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완벽한 화해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과는 다른 시선이다.

    마지막 한 줄 평


    다즐링 주식회사〉는 길을 잃은 여행을 통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법을 조용히 가르쳐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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