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당거래 (The Unjust, 2010) — 권력과 욕망의 추악한 민낯을 해부한 리얼 범죄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부패한 거래는 언제나 ‘정의’의 이름으로 포장된다. 영화 〈부당거래〉는 대한민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범죄 드라마다. 연쇄살인사건을 둘러싼 경찰과 검찰의 권력 다툼, 스폰서와의 은밀한 거래, 그리고 시스템 속의 부패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 작품으로, 류승완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사회풍자가 돋보인다.

권력의 거래가 만들어낸 거짓 정의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사망하면서 경찰청은 초비상에 걸린다. 체면을 지키기 위해 가짜 범인을 만들어 사건을 조작하려는 경찰, 그 중심에 광역수사대의 에이스 최철기(황정민) 가 있다.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승진에 늘 밀려왔던 그는, “이번 사건만 잘 끝내면 자리를 보장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받고 부당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는 스폰서 장석구(유해진) 를 이용해 조작극을 완성하지만, 이내 검사 주양(류승범) 과의 권력 싸움에 휘말린다. 주양은 부동산 비리 사건으로 자신의 스폰서가 구속된 것에 분노하며, 최철기의 뒤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들이 서로를 이용하고 배신하며, 결국 ‘정의’라는 이름 아래 누가 더 큰 거짓을 꾸미는가를 냉혹하게 보여준다.

이 장면들 속에는 현실과 닮은 시스템의 부패 구조가 깊게 녹아 있다. 관객은 누가 진짜 악인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혼탁한 세상 속에서, ‘정의’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묻게 된다.

황정민·류승범·유해진, 믿고 보는 명연기의 향연

〈부당거래〉의 가장 큰 강점은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이다.
황정민은 냉철함과 절박함을 오가는 형사 최철기로서 인간의 욕망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눈빛 하나, 담배를 물고 있는 손짓 하나에도 복잡한 내면의 갈등이 담겨 있다. 류승범은 특유의 날카로운 에너지로 권력을 즐기면서도 불안에 떠는 검사 주양을 완벽히 소화한다.

특히 유해진이 맡은 장석구는 단순한 조연이 아닌, 부패한 사회의 연결 고리 그 자체로 존재한다. ‘스폰서’라는 이름으로 경찰과 검찰 사이를 오가는 그의 모습은, 현실의 권력 구조를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세 배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과 대사 호흡은 영화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 세 인물의 관계는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타락해가는 인간의 초상이다. 결국 관객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류승완 감독의 현실비판과 사회적 메시지

〈부당거래〉는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사회 영화다. 류승완 감독은 화려한 액션 대신 리얼리티와 대사 중심의 연출로 인간의 탐욕과 조직의 부패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영화 속 모든 인물은 각자의 이유로 ‘부당한 거래’를 선택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에게 파멸로 이어진다.

감독은 이를 통해 “부패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병폐”임을 보여준다. 서로를 이용하고 속이며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묵직한 현실감을 남긴다. 또한 “누가 더 나쁜가”가 아닌 “이 사회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묻는 영화의 시선이 인상 깊다.

〈부당거래〉는 2010년대 한국 범죄 영화의 흐름을 바꿔놓은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후 등장한 〈내부자들〉, 〈공작〉, 〈검사외전〉 같은 사회파 영화들의 뿌리에 이 작품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줄 평

“정의와 부패의 경계가 사라진 세상, 〈부당거래〉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