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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믿는 자와, 신앙을 이용하는 자. 그 사이의 경계는 어디일까.
《사바하》는 인간의 믿음이 얼마나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국형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등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종교라는 민감한 주제를 철저히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죠. 어둡고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믿음과 탐욕이 교차하는 이 영화는 단순한 종교물이 아닌, 인간의 본성과 구원의 의미를 묻습니다.

“사슴동산” — 신흥 종교의 어두운 그림자
영화는 강원도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다리가 불편한 동생 금화(이재인)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언니 ‘그것’. 사람들은 ‘그것’을 저주받은 존재로 여겼고, 그 이후 마을에는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감돕니다.


한편, 신흥 종교의 실체를 추적하는 박목사(이정재)는 “사슴동산”이라는 단체를 조사하던 중, 영월 터널에서 여중생이 살해된 사건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는 사슴동산, 그리고 쌍둥이 자매의 비밀이 얽혀 있음을 알게 되죠.


영화는 이 시점에서 ‘종교’와 ‘범죄’의 경계가 얼마나 가까운지 보여줍니다. 믿음이 사람을 구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욕망을 감추는 도구가 되기도 하죠. 감독 장재현은 교리를 이용해 사람을 조종하는 이단의 실체를 통해, ‘맹목적 신앙’이 가진 위험성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진실을 좇는 자들” — 서로 다른 길 위의 두 남자
박목사는 종교비리를 추적하는 냉철한 현실주의자입니다. 그는 교리보다 사람의 악의와 욕망에 집중하며 사건을 분석하죠. 그런 그가 우연히 ‘사슴동산’에서 정비공 나한(박정민)을 만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나한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청년이지만, 그의 존재에는 수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는 운명처럼 어둠과 맞닿아 있는 인물로, 금화와 ‘그것’, 그리고 터널 살인사건과 연결되어 있죠.
이정재와 박정민의 대립은 영화의 긴장감을 이끌며, 신과 인간,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영화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스릴러가 아닙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태어남의 의미와 운명”, 그리고 인간이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신의 계획’이 놓여 있습니다.
관객은 박목사와 함께 사건을 추적하면서도, 점점 진실이 무엇인지조차 모호해지는 종교적 아이러니에 빠지게 됩니다.
“사바하” — 구원과 저주의 또 다른 이름
영화의 제목 ‘사바하(Svaha)’는 불교에서 기도나 진언을 마무리할 때 사용하는 말로,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기를”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이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구원이 아닌 저주의 신호처럼 작용합니다.

《사바하》는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고듭니다.
누군가는 신을 믿고, 누군가는 인간을 믿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끊임없이 묻습니다.
“당신이 믿는 신은 정말 신인가? 아니면 당신이 만든 그림자인가?”

결국 이 영화의 진정한 공포는 ‘악’이 외부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 믿음의 이름으로 포장된 탐욕 속에 숨어 있습니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에서 이어진 종교적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켜, 인간이 만들어낸 신의 허상을 드러내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한 줄 평
“사바하는 신의 이야기 같지만,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믿음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악을 고발하는 서늘한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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