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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2019)리뷰

친절한 한나씨 2025. 10. 28. 07:02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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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후 미국에 드리운 범죄 조직의 그림자. 이제 한 거물 암살자가 입을 연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그리고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가 함께한 장대한 범죄 드라마의 정점.

    1. 마틴 스코세이지가 그려낸 ‘인간과 죄의 역사’

    영화 <아이리시맨(The Irishman)>은 20세기 중반 미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배경으로, 한 남자의 인생을 통해 권력, 배신, 회한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입니다. 스코세이지 감독 특유의 느릿하지만 강렬한 연출이 돋보이며, 전작 <좋은 친구들>이나 <카지노>처럼 범죄를 단순한 폭력의 서사로 그리지 않고, 인간 내면의 허무함과 죄의 대가를 탁월하게 묘사합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프랭크 시런’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로, 마피아의 암살자로 활동한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삶을 고백합니다. 영화는 그가 평생 섬겼던 조직과 친구 지미 호파(알 파치노)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충성과 도덕 사이의 모순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누구를 위해 총을 들었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프랭크 자신에게로 돌아오며, 관객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세 배우의 연기 호흡은 가히 전설적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의 절제된 감정 표현, 알 파치노의 폭발적인 카리스마, 조 페시의 냉정한 연기까지  이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영화 전체를 압도합니다.

    2. 3시간 30분의 대서사,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다


    <아이리시맨>의 러닝타임은 무려 3시간 30분. 하지만 이 긴 시간은 단 한 순간도 헛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마피아의 부상과 몰락, 그리고 노년의 회한을 통해 한 인간의 삶을 거대한 역사 속에 녹여냅니다. 프랭크의 시선으로 보는 20세기 미국의 이면은,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미국 근현대사의 그림자를 압축한 듯한 깊이를 보여줍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작품은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지만, 그 스케일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한 컷 한 컷이 예술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물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세밀하게 드러납니다.

    또한 CG 기술을 활용한 ‘디에이징(De-aging)’ 효과는 주목할 만합니다. 노년의 배우들에게 젊은 시절의 얼굴을 구현하는 기술적 시도는 이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스코세이지 감독은 기술보다 이야기의 본질에 집중합니다. 결국 남는 것은 화려한 범죄의 기록이 아닌, 모든 것을 잃은 한 인간의 고독한 침묵입니다.

    3. 범죄 너머의 인생, 그리고 침묵의 의미


    영화의 마지막, 프랭크 시런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요양원에 홀로 남습니다. 그는 여전히 문틈을 살짝 열어둔 채로 잠을 자며, 언젠가 누군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죠. 이 장면은 스코세이지의 영화 세계를 집약한 결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 폭력과 충성으로 쌓아 올린 명성은 결국 허상에 불과하며, 남는 것은 공허함뿐이라는 메시지입니다. 감독은 화려한 총격이나 복수 대신, 침묵과 후회로 마무리함으로써 진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리시맨>은 단순히 마피아 영화가 아닙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선택을 되돌아보는 한 인간의 참회록입니다. 이 영화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진리를 잔혹할 만큼 냉정하게 보여주며, 관객에게 인생의 유한함과 관계의 무게를 깊이 느끼게 합니다.

    한 줄 평


    “범죄의 영화가 아닌, 인생의 영화.”  스코세이지는 이번에도 인간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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