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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28년 후 (28 Years Later 2025) 리뷰

친절한 한나씨 2025. 10. 28. 16:32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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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끝났다고 믿었던 그 후 28년,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Danny Boyle 감독과 Alex Garland 각본가가 돌아온 이 작품은, 격리된 섬과 본토 사이에서 인류의 마지막 흔적을 마주하는 생존 드라마다.

    1. 28년 후의 세계 – 레이지 바이러스가 가져온 새로운 균열


    이야기는 최초의 바이러스 유출로부터 거의 30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간 동안 인류 문명은 붕괴했고, 일부 생존자들은 섬 하나에 격리된 채 살아간다. 섬 ‘Holy Island’로 알려진 이곳은 본토와 길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주민들은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며 살아온다.

    주인공 소년 ‘Spike’(알피 윌리엄스)은 이 섬에서 태어나 본토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채 성장했다. 어느 날 그는 아버지 ‘Jamie’(아론 테일러-존슨)와 함께 본토로 나서는 사냥 임무에 동참하면서, 그동안 감춰왔던 세계의 진실과 마주한다.
    이 장면은 단지 공포의 시작이 아니라, 격리라는 보호된 공간이 무너지는 순간을 상징한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후 생성된 사회적 균열, 인간과 감염된 자의 경계가 허물어짐으로써 인류는 ‘격리’라는 가장 원초적 방어마저 의미를 잃어간다. 감독은 이 여백을 통해 생존이란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임을 제기한다.

    2. 감염자 그리고 진화 – 단순 좀비를 넘어선 존재들

    이 영화에서 ‘감염자’는 단순히 물리적 위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초기 작품들에서 보여졌던 ‘분노 바이러스(Rage Virus)’는 이제 사회적이고 생물학적인 진화를 거친 존재가 되었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감염된 자들은 빠르고 광폭하며, 때로는 집단을 이루어 움직인다. 그 위협은 단발적인 공격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구조화된 생존 방식으로 전환되어 있다. 한 리뷰는 “세계관이 거의 30년 후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류가 감염자를 단순히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태 속에 함께 존재하게 된 상태”라고 평했다.

    감염자 외에도 인류 측 생존자들의 내부 갈등, 윤리적 위기, 권력의 왜곡 등이 함께 드러난다. 감염자와의 대치보다 더 강력한 적은 공포로 인해 변질된 인간의 조건과 관계가 된다. 이는 이 시리즈가 단순한 좀비 스릴러에 머물지 않고,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 속 인간성의 흔들림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이유다.

    3. 격리된 섬에서 만난 현실 – 인간성과 희망 사이


    Holy Island는 표면상 안전해 보이나, 그 안에서조차 평온은 허울이다. 감염의 위협이 바깥에 묶여 있다는 믿음이 섬 주민들의 인식에 깊이 박혀 있다. 그러나 본토로 나간 Spike와 Jamie는 그 믿음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아차린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격리된 섬’이라는 메타포는 인간이 스스로 만든 울타리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상징이 된다. 또한 가족과 공동체, 그리고 책임이라는 주제는 생존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다. Spike는 단지 감염자와 싸우는 사냥꾼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세계의 의미를 묻는 포로가 된다.

    감독은 이 과정을 통해 절망 끝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제시한다. 인류가 끝났다기보다는, 인류는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 섬에서 본토로 나가는 여정이 단지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울타리를 넘어 자신의 존재를 다시 정의하는 여정이 된다.

    한 줄 평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끝난 게 아니다, 인류는 여전히 질문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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