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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상처를 치유하기엔 너무 길고, 어떤 기억을 잊기엔 너무 짧다.
    영화 26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따라간다. 이 작품은 과거의 사건을 설명하는 영화가 아니라,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5·18의 희생자,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영화 26년의 중심에는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세 인물이 있다. 광주 수호파의 중간보스 곽진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 그리고 서대문경찰서 소속 경찰 권정혁. 이들은 사회적 위치도, 성격도, 선택한 삶의 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단 하나의 공통점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다. 세 사람 모두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2세대라는 사실이다.

    영화는 이 인물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어떻게 상처를 안고 살아왔는지를 천천히 보여준다. 진배는 폭력의 세계에 몸담으며 분노를 억누르고 있고, 미진은 국가대표라는 타이틀 뒤에 깊은 트라우마를 숨긴 채 살아간다. 정혁은 경찰이라는 제도 속에서 정의를 지키고 싶지만, 현실과 타협하며 스스로를 설득한다.
    이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는, 이들을 결코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불완전하고, 흔들리며,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한다. 그 점이 오히려 영화의 현실성을 높인다.

    복수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그리고 균열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인물은 보안업체 대기업 회장 김갑세와 그의 비서 김주안이다. 그들이 제안한 것은 특정 인물을 타겟으로 한 극비 프로젝트. 영화는 이 작전을 Stage 1, Stage 2, Stage 3로 나누어 진행하며 점진적으로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그러나 작전은 단순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김갑세가 과거 광주 시민들을 제압하던 계엄군이었고, 그의 총검에 진배의 아버지가 희생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팀은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맞는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명확히 질문을 던진다.
    “이 작전은 정의인가, 또 다른 폭력인가?”

    미진의 단독 저격 시도 장면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장면이다. 서대문 사거리에서 울려 퍼진 총성, 그리고 마지막 한 발이 실패로 끝나며 벌어지는 혼란은 단순한 액션 장면이 아니다. 그것은 복수의 순간이 얼마나 허약하고 불완전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 이후 정혁이 충격을 받고 사라지는 과정은, 정의를 믿던 한 인간이 무너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26년 후에도 끝나지 않은 선택의 무게


    D-day로 설정된 2006년 5월 18일. 이 날짜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메시지를 압축한다. 연희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마지막 작전은 긴박한 전개 속에서도 끝까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에게 질문을 넘긴다.

    26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
    영화 26년은 누군가의 성공과 실패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국가 폭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고, 그 상처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이되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 복수의 성공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남기는 공허함과 상처다.

    이 작품은 화려한 연출이나 자극적인 장면으로 기억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보고 난 뒤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그래서 26년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회자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한 줄 평

    시간은 흘렀지만, 기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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