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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이 다른 설정, 그러나 감정은 누구보다 현실적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덮은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딸을 포기하지 않는 아버지의 이야기. 공포 대신 웃음, 절망 대신 가족애를 전면에 내세운 이색 코미디 좀비 영화, 좀비딸이다.

    좀비가 되어도 가족은 가족이다


    좀비 영화는 대개 생존과 제거의 서사로 흘러간다. 감염자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냉혹한 규칙이 장르의 기본 문법이다.

    하지만 ‘좀비딸’은 이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감염된 대상이 타인이 아닌 ‘딸’이라면 과연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주인공 정환은 맹수 전문 사육사다. 위험한 존재를 통제하고 길들이는 데 평생을 바쳐온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가장 통제 불가능한 존재는 다름 아닌 사춘기 딸 ‘수아’다.

    여기에 좀비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설정이 더해지며 상황은 아이러니와 비극, 그리고 코미디를 동시에 품는다.

    흥미로운 지점은 수아가 완전히 괴물로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의 말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좋아하던 춤 음악에 반응하며, 할머니의 효자손에 움찔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 장면들은 공포를 희석시키는 동시에 관객 감정을 강하게 자극한다. 관객은 좀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병에 걸린 딸을 바라보게 된다.

    맹수 사육사의 좀비 트레이닝 프로젝트


    정환이 선택한 방식은 도망도, 포기도 아니다. ‘훈련’이다. 맹수를 다뤄온 자신의 경험을 딸에게 적용하기 시작한다는 설정은 영화의 핵심 웃음 장치이자 서사의 추진력이다.

    좀비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공격 반응을 제어하고, 먹이 반응을 테스트하며, 일정한 루틴을 반복 훈련시킨다. 이 과정은 마치 동물 다큐멘터리와 육아일기를 결합한 듯한 독특한 톤을 만든다.

    사납게 달려들다가도 음악이 나오면 몸을 흔드는 수아의 모습은 공포와 웃음을 동시에 유발한다.
    특히 “맹수보다 사납고 사춘기보다 예민하다”는 설정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캐릭터를 설명하는 핵심 문장이다.

    사춘기 특유의 감정 기복, 통제 불가 상태, 예측 불가능한 반응이 좀비 설정과 결합되며 상황 코미디가 폭발한다. 공포 장르의 긴장을 일상적 웃음으로 전환시키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바닷가 마을이 만든 또 하나의 가족 드라마


    정환이 딸을 데리고 향한 곳은 어머니 ‘밤순’이 사는 바닷가 마을 은봉리다. 이 공간적 이동은 단순한 배경 변화가 아니다.

    도시의 혼란과 달리, 마을은 감염자 색출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된 폐쇄적 공동체다. 언제 들킬지 모르는 긴장감이 서사를 지속적으로 압박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 긴장을 잔혹함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가족 관계를 더 깊이 파고든다.
    처음에는 손녀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할머니가 점차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아를 돌보게 되는 과정, 딸을 숨겨야 하는 아버지의 죄책감과 책임감, 그리고 세 인물이 만들어내는 기묘하지만 따뜻한 동거가 감정선을 풍부하게 만든다.

    효자손으로 버릇을 잡는 할머니, 훈련 매뉴얼을 만드는 아버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조금씩 ‘사람다움’을 유지하는 수아의 모습은 웃음을 넘어 뭉클함을 남긴다. 이 영화가 단순 코미디를 넘어 가족 성장 드라마로 읽히는 이유다.

    마지막 한 줄 평


    좀비 설정 속에 숨겨진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 웃다가 결국 마음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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