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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 한 채 갖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전세 사기, 금리 폭등, 미친 집값.
그 모든 걸 이겨내고 마침내 84제곱미터짜리 내 집을 손에 넣었다면,
그곳은 과연 ‘안전한 공간’일까?

영화 〈84제곱미터〉는 내 집 마련 이후 시작되는 현대인의 심리적 불안과 주거 공동체의 폭력성을 담아낸 심리 스릴러다.
공포는 초자연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층간소음에서 시작되고,
그것이 한 남자를 어떻게 파멸로 몰아넣는지를 차분하게, 하지만 무섭게 따라간다.
줄거리 – 영끌 끝에 얻은 내 집, 하지만 매일 밤 울리는 ‘그 소리’
주인공 우성(강하늘 )은 직장생활 10년 차.
부모 찬스, 퇴직금, 전세 보증금까지 몽땅 끌어모아 영끌로 84제곱미터 짜리 아파트를 산다.
이른바 '국민 평형'. 누구나 꿈꾸는 아파트.
하지만 입주 첫날 밤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쿵쿵 울리는 바닥 진동, 가구 끄는 소리, 밤마다 반복되는 알 수 없는 충격음.
관리사무소에 문의해도, 윗집은 비어 있다는 대답뿐이다.
이웃들에게 물어봐도 “그 집은 계속 공실이에요”라는 말만 되풀이된다.

하지만 우성은 분명히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소리를 듣는다.
이상한 건, 자신만 그 소리를 듣는다는 점이다.
이후 점점 수면 부족, 업무 스트레스, 고립감이 겹치면서 우성은 정신적으로 붕괴되어 간다.
현실적인 공포 –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호한 층간소음 전쟁
〈84제곱미터〉의 무서운 점은, 공포의 원인이 *귀신이나 유령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우성이 겪는 불면, 망상, 분노, 고립이 이 사회에 너무도 흔한 현상임을 보여준다.

층간소음 갈등은 실제로도 가해자/피해자가 명확하지 않고,
관리사무소, 입주민 대표, 이웃 모두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며 갈등을 키운다.

결국 우성은 이 아파트에서 혼자가 되어버린다.
신고를 해도 소용없고,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없어지고, 점점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결말 – 문제는 소리가 아니라, 그 안에 갇힌 ‘나’였다
영화의 결말부에서 우성은 윗집에 올라가 진실을 확인하려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진짜 범인'이나 '귀신'을 보여주는 대신,
고립된 우성이 마침내 스스로 무너지는 순간을 그린다.

결국 아파트를 떠나는 선택을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여전히 ‘그 소리’가 들린다.

즉, 이 소리는 외부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우성의 삶, 불안, 책임감, 실패 공포 등 내면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암시다.
느낀 점 – “내 집은 나를 지켜줄 수 있는가?”
〈84제곱미터〉는 단순한 층간소음 스릴러가 아니다.
이 영화는 우리 시대 중산층의 불안, 영끌 세대의 무너지는 심리, 공동체의 고립 구조를 정면으로 그려낸다.
집은 우리를 지켜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 집이 빚으로 가득 찼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아파트라면
그 공간은 차라리 감옥이다.
이 영화는 그렇게 말한다.
“당신이 원하는 평수는 얻었을지 몰라도, 그 안에서 과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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