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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에 천년의 쾌락을 누리시도록 준비하겠나이다.”
조선의 역사를 뒤흔든 가장 타락한 시대, 그곳에서 왕의 쾌락을 지배한 자들이 있었다.
영화 <간신(2015)>은 미색과 권력으로 얽힌 연산군 시대의 음모를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감독 민규동의 대담한 연출과 배우 김강우, 천호진, 주지훈, 임지연, 이유영의 강렬한 연기가 만나,
단순한 사극을 넘어선 ‘욕망의 정치극’으로 완성되었다.

왕을 다스린 자, 간신 임숭재의 음모
조선을 공포와 쾌락으로 다스리던 연산군(김강우)은 절대 권력의 상징이다.
그는 정치에는 무관심하지만, 자신의 욕망에는 한없이 솔직하다.
“왕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그 말 한마디로 세상이 무너진다.


연산군의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선 인물이 바로 임숭재(천호진)다.
그는 왕의 명에 따라 전국의 미녀를 징집해 ‘운평(雲萍)’이라 부르며,
왕의 침실을 관리하는 채홍사(採紅使)가 된다.
하지만 임숭재의 진짜 목적은 단순히 왕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왕의 욕망을 이용해 스스로 왕 위의 왕이 되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다.

“왕을 다스릴 힘이 내 손안에 있습니다. 내가 바로 왕 위의 왕이란 말입니다.”
그의 이 한마디는 영화 <간신>의 본질을 드러낸다.
권력은 더 이상 왕의 것이 아니다. 왕의 욕망을 지배하는 자가 곧 진짜 왕이 된다는 메시지다.
임숭재의 아들 임사홍(주지훈)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묘히 권력을 탐하며,
왕과 백성, 모두를 자신의 도구로 이용한다.

조선 최고의 미색, 단희의 운명
연산군의 쾌락 정치를 위해 뽑힌 수많은 여인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단희(임지연).
세상을 흔드는 미모와 순수한 눈빛을 가진 그녀는,
임숭재 부자에게 왕을 완전히 사로잡을 ‘도구’로 선택된다.

하지만 단희는 단순히 이용당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점차 왕의 마음을 움직이며, 진짜 사랑과 권력의 경계에 서게 된다.
그러나 연산군의 사랑은 광기였고,
그 광기는 결국 단희의 운명을 삼켜버린다.


한편, 희대의 요부 장녹수(이유영)는 단희의 등장을 불쾌하게 여긴다.
자신의 지위와 영향력을 잃을까 두려운 그녀는 명기 설중매(이성민)를 불러
단희를 견제한다.
이때부터 영화는 단희와 설중매,
두 여인의 ‘색(色)’과 생존을 건 대결로 흘러간다.
권력, 쾌락, 그리고 파멸의 시대
영화 <간신>은 단순한 사극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욕망에 얼마나 쉽게 지배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산군은 절대 권력을 가졌지만, 그 권력조차 간신들에게 이용당한다.
임숭재 부자는 왕의 쾌락을 설계하며 백성들의 삶을 짓밟는다.
양반의 딸, 천민의 여인, 심지어 관료의 부인까지 잡아들여 왕의 여인으로 바치니,
조선의 백성들은 신음하며 그들을 ‘짐승 같은 간신들’이라 불렀다.

감독 민규동은 권력과 성(性), 인간의 이중성을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그려낸다.
화려한 색감과 상징적인 미장센, 그리고 음악은
관객으로 하여금 쾌락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임지연은 이 영화로 데뷔와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으며,
단희의 복합적인 감정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김강우의 연산군은 미친 왕이 아니라,
인간적인 외로움과 상처를 품은 권력자로 묘사되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주지훈과 천호진의 연기도 단단하며, 조선의 어두운 이면을 완성시킨다.

결국 <간신>은 “욕망은 인간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왕을 지배하려 한 자들, 왕에게 사랑받고자 한 여인들,
모두 욕망의 불길 속에서 스스로를 태워버린다.

한 줄 평
“쾌락은 짧고, 권력은 덧없다. 그러나 욕망은 영원하다.”
영화 <간신>은 미색과 권력이 교차하는 순간,
인간이 얼마나 쉽게 타락하는지를 잔혹하게 보여주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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