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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베트남전의 한복판, 작전명 ‘로미오 포인트’. 이미 사망한 병사들의 무전이 계속 들려온다. 그리고 그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9명의 병사들이 밀림으로 들어선다. 영화 <알포인트>는 한국전쟁 영화의 외형을 빌려, 인간 내면의 공포를 다룬 걸작 호러 스릴러다.

베트남 전쟁의 마지막, 그리고 시작되는 악몽
1972년, 베트남 전쟁의 끝자락. 수백 명의 병사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최태인 중위(감우성)는 악몽에 시달린다. 그가 잠들 때마다 들려오는 건, 죽은 자들의 비명이다. 하지만 그가 쉴 틈은 없다. 상부에서는 그에게 다시 명령을 내린다.


6개월 전 ‘로미오 포인트’ 지역에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된 18명의 병사들로부터 “당나귀 삼공, 응답하라…”라는 무전이 계속 잡히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죽은 자들의 목소리. 그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최 중위는 다시 정글로 향한다.

밀림의 공기마저 숨을 죽이는 베트남의 밤,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을 불안하게 만든다. 총성과 폭발음보다 무서운 건,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침묵이다. 알 수 없는 존재가 병사들을 지켜보고, 그들의 발소리에 맞춰 조용히 다가온다.
로미오 포인트, 그곳에서 일어난 미스터리
“불귀! 손에 피 묻은 자, 돌아갈 수 없다.”
작전지 입구의 낡은 비문은 영화의 모든 걸 예고한다. 죄의식과 공포, 그리고 전쟁이 만들어낸 인간의 광기. 병사들은 처음엔 단순한 실종 수색이라 생각하지만, 점점 자신들이 이곳에서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임을 느낀다.

밤이 깊어갈수록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보이지 않는 총격, 사라지는 병사, 그리고 자신들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병사들은 점점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전우애는 공포로 변해간다.
감독 공수창은 베트남전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 전쟁의 비극과 인간 내면의 죄의식을 ‘유령’이라는 상징으로 그려낸다. 실제로 등장하는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의 본성이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지른 피의 기억이 그들을 집어삼킨다.


공포의 본질, 인간이 만든 지옥
영화 <알포인트>는 단순한 전쟁 호러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인간이 만든 지옥에 대한 이야기다. 최 중위는 점점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잃어가며, 자신이 죽은 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는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관객을 압박한다. 빗속의 무전기, 울창한 정글, 사라진 병사들. 이 모든 요소들이 교묘하게 얽혀, 보이지 않는 공포의 본질을 드러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나는 반전은 관객에게 묵직한 충격을 남긴다. “누가 살아남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생존을 넘어, 인간의 영혼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2005년 제6회 대한민국영상대전 영화영상부문 수상을 기록한 이 작품은, 당시 한국 공포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무리 한 줄 평
보이지 않는 적보다 무서운 건, 자신 속의 죄악이다. 전쟁보다 끔찍한 건 인간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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