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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죽음 이후 남겨진 두 통의 편지.
영화 〈그을린 사랑(Incendies)〉 은 쌍둥이 남매가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따라가며, 한 여성의 삶과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충격적인 반전보다 기억·침묵·사랑의 의미를 묵직하게 되새기게 하는 영화다.

1. 유언으로 시작된 여정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의 장례식 후, 믿기 힘든 유언을 듣는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편지를 전하라는 것이다. 남매는 처음엔 이를 거부하지만, 결국 어머니의 과거를 따라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부모의 과거는 자식에게 어디까지 전달되어야 하는가?

남매는 어머니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이 영화의 감정을 천천히 끌어올린다.
2. 말해지지 않았던 어머니의 삶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어머니 나왈의 젊은 시절을 따라간다. 그녀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었고, 그 선택들은 모두 사랑과 생존 사이에서 내려진 것이었다. 감독은 특정 사건을 자극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침묵과 시선, 음악을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
나왈은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침묵을 선택한 것은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들을 지키기 위한 방식이었음을 영화는 조심스럽게 보여준다.

이 부분에서 〈그을린 사랑〉은 비극을 소비하지 않고, 존중의 태도를 유지한다.
3. 진실 이후에도 남는 것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은 관객에게 큰 충격을 주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반전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진실을 마주한 이후, 남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이다. 분노로 끝낼 것인가, 이해로 나아갈 것인가.

영화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이란 무엇인가, 용서란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모든 것을 알고 난 뒤에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진실은 파괴가 아닌 이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잔혹하기보다, 오히려 깊은 슬픔과 연민을 남긴다.

마지막 한 줄 평
〈그을린 사랑(Incendies)〉은 진실을 마주한 뒤에도 인간이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지 묻는, 조용하지만 강렬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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