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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오래 만난다고 해서 마음까지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은 아니다.
영화 〈4학년 보경이〉 는 졸업을 앞둔 스물넷의 청춘이 마주한 사랑, 욕망, 그리고 자기기만을 담담하게 그려낸 독립영화다. 거창한 사건 대신 감정의 미세한 흔들림을 따라가며, 연애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진짜 마음을 조용히 드러낸다.

1. 4년의 연애, 그러나 흔들리는 마음
동양화과 졸업반 보경은 덕우와 4년째 연애 중이다. 겉으로 보기엔 안정적인 커플이지만, 보경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바로 같은 과 선배다. 이 영화는 ‘바람’이나 ‘배신’이라는 단어로 보경을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왜 마음이 멀어지는지, 그 과정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보경은 덕우에게 특별히 불만을 드러내지도, 관계를 정리하지도 않는다. 그저 애매한 상태로 시간을 끌 뿐이다. 이 애매함이야말로 영화의 핵심이다. 사랑이 끝났다고 말하지 못한 채, 다른 감정에 끌리는 상황은 현실에서도 너무나 익숙하다. 〈4학년 보경이〉는 그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지 않는다.
2. 버려진 물건들, 관계의 은유
보경이 선배의 집에 다녀온 후 덕우에게 버려진 소파와 중고 선풍기를 작업실로 옮기게 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행동은 단순한 심부름이 아니라, 보경의 감정 상태를 상징한다. 더 이상 애정은 없지만, 완전히 버리지도 못한 관계. 낡았지만 치우지 못한 물건처럼, 덕우는 보경의 삶에 남아 있다.

덕우는 묻지 않는다. 왜 이런 물건을 가져와야 하는지, 왜 보경의 태도가 달라졌는지. 그는 묵묵히 보경의 요구를 들어준다. 이 침묵은 사랑일 수도 있고, 두려움일 수도 있다. 영화는 덕우를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 앞에서 솔직하지 못한 두 사람의 거리감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3. 청춘의 선택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4학년 보경이〉가 특별한 이유는, 보경을 미화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 태도에 있다. 보경은 솔직하지 못하고, 때로는 이기적이며, 결정을 미룬다. 하지만 그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인 청춘의 얼굴이다. 졸업을 앞두고, 미래는 불안하고, 감정은 복잡하다. 이 영화는 완벽한 선택보다 미완의 감정에 집중한다.

보경이 끝내 어떤 선택을 하든, 관객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누군가는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사랑이란 늘 옳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솔직해질 용기의 문제라는 점이다.

마지막 한 줄 평
〈4학년 보경이〉는 사랑이 식어가는 순간의 침묵까지 정직하게 담아낸, 현실적인 청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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