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이어지는 길이 기찻길 하나뿐이지만, 정작 기차는 서지 않는 마을이 있다면 어떨까.영화 기적은 거창한 영웅이나 극적인 반전 대신, 한 소년의 끈질긴 기다림과 진심 어린 노력을 통해 ‘변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를 조용히 들려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눈물을 강요하지 않지만, 보고 나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힘을 지니고 있다.기차역이 없는 마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소년영화의 배경은 오갈 수 있는 길이 기찻길 하나뿐이지만 기차역은 없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준경’은 오늘도 청와대에 편지를 보낸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무려 54번째 편지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마을에 기차역을 만드는 것. 이 단순해 보이는 소망은 사실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사고가 잦은 기찻길, 왕복 5시..
사랑은 때로 사람을 살게 하지만, 때로는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은 1989년을 배경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빠르게 인간을 극단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범죄 로맨스다. 이 작품은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결코 안전한 선택지가 아니다. 대신, 사랑과 폭력, 욕망과 보호 본능이 뒤엉킨 불편하지만 강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무기력한 일상 속에 침입한 사랑체육관 매니저로 살아가는 ‘루’의 삶은 반복적이고 무채롭다. 매일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 같은 표정 속에서 그는 감정을 최소한으로만 사용하며 살아간다. 그런 루의 앞에 보디빌딩 대회 우승을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 ‘잭키’가 등장한다. 잭키는 루와 정반대의 인물이다. 그녀는 욕망을 숨기지 ..
26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상처를 치유하기엔 너무 길고, 어떤 기억을 잊기엔 너무 짧다.영화 26년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5·18 민주화운동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따라간다. 이 작품은 과거의 사건을 설명하는 영화가 아니라,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5·18의 희생자,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영화 26년의 중심에는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세 인물이 있다. 광주 수호파의 중간보스 곽진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 그리고 서대문경찰서 소속 경찰 권정혁. 이들은 사회적 위치도, 성격도, 선택한 삶의 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단 하나의 공통점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다. 세 사람 모두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2세..
문명 속에서 보호받으며 살아가던 존재가 어느 날 모든 것을 잃고 낯선 세계로 던져진다면,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 콜 오브 와일드(The Call of the Wild)는 1890년대 알래스카 골드러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마리 개 ‘벅’의 여정을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본능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단순한 동물 모험 영화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삶의 방향과 정체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담겨 있다.안락한 문명에서 시작된 추락, 그리고 각성캘리포니아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온 개 벅은 인간의 사랑과 규칙 속에서 살아왔다. 그는 위험을 몰랐고, 굶주림이나 경쟁이라는 개념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순간의 배신과 납치로 인해 벅은 알래스카 유콘의 혹독한 자연 속으로 팔려가..
“이 분이 저희 어머니라고요?”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질문은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영화 얼굴은 시각장애인 도장 장인과 그의 아들이 40년 전 실종된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며 마주하게 되는 기억과 진실을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범인을 찾는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보지 못했기에 더 선명하게 남은 감정과 시대의 얼굴을 조용히 꺼내 보인다.시각장애 도장 장인, 그리고 멈춰 있던 시간임영규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새기는 장인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손끝의 감각과 오랜 집중으로 완성되는 그의 도장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삶 그 자체다. 그런 그에게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40년 전 실종된 아내 정영희의 백골 사체..
겹겹이 쌓인 미스터리 속에서 진실은 언제나 한 겹 아래에 숨어 있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은 화려한 설정과 인물들로 관객의 시선을 현혹한 뒤, 그 모든 것을 비틀어버리는 대담한 추리극이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다시 한번 브누아 블랑이라는 매력적인 탐정을 앞세워, 현대 사회의 권력과 허영, 그리고 ‘똑똑한 척하는 사람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펼쳐 보인다.그리스 섬에 모인 사람들, 완벽해 보이는 거짓의 연합이야기의 무대는 햇빛이 가득한 그리스 섬의 초호화 사유지다. 억만장자 테크 사업가 마일스 브론(에드워드 노튼)은 매년 지인들을 초대해 살인 추리 게임을 즐기는 기묘한 모임을 연다. 이 자리에 초대된 인물들은 각자 화려한 타이틀과 성공을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서로를 향한 질투와 불신, 감춰진..